Counter
이 프로젝트는 32비트 LFSR(Linear Feedback Shift Register)을 카운팅 원리로 삼아, 0에서 4,294,967,295(2³²-1)까지 숫자를 세는 기계다.
LFSR과 느림
32비트 LFSR의 전체 주기를 도는 이 기계는 마지막 비트에 도달하는 데 136년이 걸린다. 같은 연산을 일반적인 컴퓨터가 수행한다면 단 몇 분이면 충분하다. 이 기계는 왜 이렇게 느린가?
느림은 단순한 기술적 조건이 아니라 의도된 설계다. 일상의 컴퓨팅은 지각의 역치 아래에서 작동한다 — 수십억 번의 연산이 눈 깜짝할 사이에 수행되고, 그 노동은 결과에 가려져 사라진다. 이 기계는 그 역치를 인간의 시간으로 끌어내린다. 카운트 하나하나가 물리적 행위로 실행된다. 액추에이터가 레일 위를 이동하고, 토글 스위치가 넘어가고, 그 클릭음이 공기를 울린다. 모든 상태는 실제로 수행된 작업의 잔여물일 뿐이다.
이 기계 안에서는 어떤 신호도 그 작동이 실행되기 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.

토글 스위치 — 육화(Incarnation)
32개의 토글 스위치는 각 비트의 상태를 물리적으로 저장한다. 이 기계가 전력에 의존한다는 사실은 역설적이게도 또 다른 물리적 의존성을 낳는다 — 정전이 발생해도, 전원이 다시 들어오면 스위치들의 물리적 위치는 마지막 상태를 기억하고 있다. 순수한 논리적 이진 정보는 이처럼 단단한 물질성을 통해 비로소 육화된다.
추상적 정보가 몸을 얻는 순간. 그것은 더 이상 떠다니는 기호가 아니라, 손으로 밀어올리고 내릴 수 있는 어떤 것이다.

마지막 램프 — 유예(Abeyance)
기계의 끝에는 하나의 램프가 있다. 이 램프는 마지막 비트 — 모든 32개 스위치가 1이 되는 그 순간에만 — 켜지도록 배선되어 있다. 그 순간은 수학적으로 보장되어 있다. 전원이 끊기지만 않는다면, 언젠가 반드시 도달한다.
그러나 그 순간을 목격할 증인은 없다.
136년은 어떤 인간의 수명보다도 길다. 램프는 모두가 떠난 후에 켜질 것이다. 이 기계는 완료되도록 설계되었지만, 그 완료가 목격되지 않도록 설계되었다. 이 조건은 이 기계를 하나의 의례로 만든다: 그 완료를 어떤 참여자도 확인하지 못하면서도, 정확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수행되는 절차.
이 기계가 열어두는 질문은 답변을 거부당한 것이 아니다. 그것은 유예(abeyance) 상태에 있다 — 소멸되지도, 해소되지도 않은 채, 완전하고 손상되지 않은 형태로, 언젠가 도래할 도착을 기다리며.
